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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 지망생을 위한) 2인 지문 - 피로 물든 명예

by 필사적으로산다 2025.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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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1.왕(폐하) : 강인한 지도자로, 조상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려 한다.

2.장군 : 군사적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무의미한 희생을 막기 위해 전쟁을 멈추려 한다.

 

[장면 설정]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성벽이 무너지고 병사들은 쓰러져 가고 있다. 궁 안은 피 묻은 천과 무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고, 병사들의 신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장군은 피투성이가 된 갑옷을 걸친 채 왕 앞에 무릎을 꿇고 호소한다.

 

[대본 시작]

(왕좌 앞, 장군이 급히 뛰어들어 무릎을 꿇는다. 그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장군 폐하! 우리 병사들이 너무 많이 죽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싸울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적들에게 전멸을 당하고 말 것입니다. 제발, 전쟁을 멈추어 주시옵소서!

 

(왕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장군을 바라본다. 얼굴엔 감정이 없다. 잠시 침묵이 흐른다.)

전멸이라… 네 눈에는 지금이 두려운가 보구나.

 

장군 두려운 것이 아닙니다, 폐하. 우리 군은 더 이상 싸울 힘이 없습니다. 이틀 전부터 식량 보급도 끊겼고, 화살도 부족합니다. 병사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지만, 상대의 병력은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거대합니다. 이대로 가면 모두가 죽고 말 것입니다.

 

그렇다면 묻겠다. 승리를 위해 네 목숨을 바칠 수 있느냐?

 

장군 제 목숨이야 기꺼이 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의 목숨도 함께 바쳐야 한다면, 저는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하겠습니다. 폐하, 이 전쟁이 대체 무엇을 위한 것입니까? 폐하께서는 피로 물든 승리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왕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장군을 내려다본다.)

너는 우리 성이 몇백 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이유를 알고 있느냐?

 

장군 폐하…

 

이것은 단순히 우리를 지키는 일이 아니다. 이것은 이 나라 조상들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 우리는 피와 철로 이 성을 세웠고, 그 피와 철로 이 성을 지킬 것이다.

(장군은 필사적으로 설득하려 하지만 왕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다.)

 

장군 하지만, 폐하. 전쟁이 끝난 뒤, 이 성 안에 살아 있는 자가 없다면, 그 명예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까? 조상들의 명예를 위해 후손을 희생시키는 것이 맞는 일입니까? 지금 남은 병사들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명예를 원하신다면, 그것을 위해 이들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으시겠습니까?

 

병사들은 자신들의 피로 역사를 쓸 것이다. 그것이 전쟁이다.

 

장군 아니옵니다, 폐하. 역사는 살아남은 자가 씁니다. 그러니 병사들을 살려야 합니다. 그들이 살아야, 이 나라의 역사도 남아, 폐하의 명예도 남을 것입니다.

 

(왕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천천히 뽑아 들고, 묵직한 눈빛으로 장군을 내려다본다.)

너는 우리 조상들의 희생을 가벼이 여기느냐? 이 성벽 위에서 목숨을 바친 전사들의 피를 헛되이 하려는 것이냐?

 

장군 아니옵니다! 저는 폐하의 충직한 신하로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고 있을 뿐입니다. 폐하께서 진정 나라를 원하신다면, 남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결단해야 합니다. 살아남는 것이 승리일 수도 있습니다.

 

(왕의 손이 검을 움켜쥔 채 조금씩 흔들린다. 그러나 이내 다시 굳어진다.)

너는 아직도 모르고 있구나. 전쟁이란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명예를 위한 것이다.

 

(왕이 천천히 걸어 나가 창문 너머의 전쟁터를 내려다본다. 불타는 성벽, 쓰러져 가는 병사들. 하지만 그의 표정엔 흔들림이 없다.)

 

끝까지 싸워라. 우리는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장군이 마지막으로 필사적으로 왕을 바라보지만, 더 이상 그를 설득할 방법이 없다. 밖에서는 전쟁의 북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장군은 고개를 떨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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