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지망생을 위한) 독백 소설 지문 - "복권"

by 필사적으로산다 2020. 12. 13.
728x90
반응형

"지난 8월 여름 날이었다, 비가 왔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 방 안은 항상 어둡고 먹구름이 낀 듯이 우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지만 나의 삶은 해가 없는 날씨가 오래된 거 같다. 어쩌면 몇달을 장마같은 날씨 속에 산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밖에 나가 산책을 나가보기로 하였다. 날씨는 매우 뜨겁고 해는 쨍쨍했다. 나는 속으로 해를 보고 넌 어떻게 구름에 가려지든 말든 쨍쨍하게 있을 수 있니? 나와는 다른 세상인 거 같다.. 계속 한참을 걸었다. 비가 많이 온 탓인지 풀들이 다 꺾여있었고 많은 잎들은 다 떨어져나갔다. 어쩌면 떨어져나간 저 잎들이 나와 같을지도 모르겠네라고 동질감을 느꼈다. 연인들이 지나간다. 이젠 커플을 봐도 딱히 어떠한 감정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는 부러워했고 나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젠 내 이야기가 아니다.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학교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저 초등학교 아이들은 잠재력도 많고 꿈도 자유롭게 꾸고 있겠지? 그리고 걱정없이 웃고 놀겠지라고 생각을 해본다. 한숨을 쉬며 바닥을 내려 보았다. 지렁이가 꿈틀거린다. 내 처지를 지렁이에 비유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나를 깎아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왔다. 오랜만에 바깥공기 좀 마시니까, 기분은 상쾌해진 듯 하다. 인터넷 기사에 복권 당첨 이야기가 나온다.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내인생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침대에 누워버렸다. 그러자 오늘 산책이 문득 떠올랐다. 구름이 끼든 말든 항상 뚝심있는 햇살을 보고 부러워 했던 나, 어쩌면 내 인생도 해가 뜨려고 하지만 내 마음이 만들어낸 구름으로 가려버린 건 아닐까. 항상 내 자신을 깎아버리고 이상하게 스스로를 비하했던 나, 겸손을 위함인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인가? 그냥 내가 한심해서 내가 못마땅한 것인가? 아직 한번도 이성과 접촉조차 없었던 나, 원했으면서 정작 연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저 자연스럽게 시간이 가면 인연이 닿을 거라고 믿었지만 않았을까? 초등학생이 꿈꾸는 건 아름답게 봐주면서 내가 꿈꾸는 건 그냥 무참하게 꺾어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내가 잘되기를 원해, 하지만..그래서 어쩌면 성공을 바랬을지도 모른다.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기대가 컸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또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도.. 그렇게 바랬으면 복권(시도)이라도 사지. 그러면 꽝이든 본전이든 당첨이든 할텐데. 복권(시도)도 안사고 당첨(좋은 결과)되기를 꿈꿨던거야? 그제서야 깨달았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선 해가 뜨고 있었지만 어두운 방안에 어두운 내 마음이 구름으로 덮고 있었던 것을.."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