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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지망생을 위한) 독백 지문 "그림"

by 필사적으로산다 2020.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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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려본다. 항상 그림의 시작은 머리속에서 먼저 시작된다. 그리면서 생각할 순 없으니까. 도화지는 오직 한장이고 물감이 적셔지는 순간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없을 거 같다. 오늘은 꼭 잘그려야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딱히 색다른 영감이 안떠올라서 두 시간을 기다렸다. 여전히 나는 뭘 그릴까 생각만 하고 있다. 이건 그리기가 너무 어려워, 이건 내 실력으로는 그려볼 수 없어. 다른 사람의 그림을 따라 그려볼까? 그러기엔 오늘은 나만의 독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 머리속으로는 30개는 그렸다가 지웠지만, 내 도화지는 여전히 흰색으로 가득하다. 도화지는 또 사면 되니까 일단 그려볼까? 아냐아냐, 한번에 잘 그려보고 싶다. 그릴 것은 정했고 이제 한번 그려보는 것이다. 스케치는 연필로 다행히 만족스럽게 해냈고 이제 색감만 더 해주면 될 거 같다. 물감을 짜고 물통을 채운다. 스케치는 잘되었지만 여기서 망치면 내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더 신중하게 해볼 생각이다. 색깔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담아서 칠해본다. 그러던 찰나에 이럴 수가.. 실수로 다른 부분에 원하지 않는 색을 칠해버렸다. 휴지로 조심스레 닦아보려다가 오히려 더 번져버렸다. 망했다. 내가 그린 그림중 제일 잘 그린 그림이 될 수 있었는데.. 찢어버리고 다시 그릴까? 30분정도 멍하니 생각하고 고민했다. 일단 냅두고 다시 새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본다. 똑같은 그림을 다시 한번 신중하게 그려본다. 스케치가 전처럼 잘 안된다. 자꾸 지우개로 지웠다가 연필로 그렸다가 또 지웠다가 반복한다. 그러다가 도화지가 찢어져버렸다. 포기해버릴까? 이번엔 다른 그림으로 그려볼까? 다시 그리기엔 이미 시간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더 그려지기가 싫어졌다. 연필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스케치는 완전 잘했는데.. 고작 색깔 몇번 엉뚱한 부분에 칠해버려서 내 노력과 정성이 날라간게 너무 허무했고, 간신히 마음잡고 다시 그려봤는데 이번엔 스케치조차 만족스럽지 않게 나왔다. 왜 그림조차 쉽지않은 걸까.. 그렇게 짜증을 내다가 기분이라도 풀겸, 잘못 색칠한 도화지에 아무 색깔이나 막 칠해본다. 내가 쓰고 싶은 색깔로 막 채워넣어본다. 진짜 지져분하고 이게 뭐야 할 정도로 괴상한 그림이 탄생했다. 근데 기분은 좋았고 내 손은 알록달록 색깔로 얼룩졌다. 내가 원하는 그림을 얻지 못했다. 도화지는 이미 다시 깨끗해질 수 없었고 그래서 그냥 내 기분대로 칠해버렸다.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을 때면 항상 잘그리고 싶어서 그리고 만족스러운 퀼리티를 뽑아내고 싶어서 조마조마 했는데 막 색칠해버리니까 이렇게 시원하고 편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찢어져서 구멍난 도화지에 막 낙서를 해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검은색 물감으로 도화지에 글자 한글씨 한글씨 이쁘게 적어본다. '부자되고 싶어. 행복하고 싶어. 그림 잘 그리고 싶어. 잘 살고 싶어. 누가 꿈에 좀 살지 말라고 말해도 말이야.'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정도로 잘 그리는 그림만 그리려고 했지, 언제 한번이라도 내 마음을 속 시원하게 해줄 그림 그려본 적 있었나? 다시 한번 새 도화지를 꺼냈다. 이번엔 생각하고 그리는 게 아니라 그려지는 대로 그려보기로 했다. 이렇게 엉성하고 못생겼지만 창의적인 그림이 없다. 내 그림을 보고 실컷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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