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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독백지문 - "소중한 것을 놓고 왔어"

by 필사적으로산다 2022.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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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고 오늘도 집 밖으로 나가 아무 일 없듯이 아니 어제와 같이 별다른 감흥도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그렇게 어느 때와 같이 평범하게 산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길었고 지루했던 하루에 치여 오늘도 살아냈다. 요즘에는 전보다 무기력해지고 별로 힘든 일이 없는데도 혼자서 힘들어 하고 있는 내 자신이 느껴진다. 나는 항상 미래를 향해 살아간다.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수록 그에 대한 불안과 조급함만 커져간다. 갈수록 나는 인생을 자연스레 흘려보내지 못하고 욕심만 커져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나가고 싶다. 바라는 것은 점점 많아지는데 바라는 대로 되었을 때의 나의 감정은 점점 무뎌지는 것 같다. 내가 바라는 것들 때문에 내 스스로가 너무 부담이 되서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근데 그만하면 안될 거 같아서 다시 마지못해 무거운 꿈을 다시 들고 살아간다."

"외로울 일이 없는데 외로워지고 내 주변에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아졌지만 고독은 짙어지고 밤하늘에 예쁘게 뜬 달을 봐도 그것은 그냥 달일 뿐일 정도로 감성이 어둡게 짙어졌다. 5년전과 비교해보자면, 그 땐 똑같이 살면서 한숨만 나와도 낭만이 있었는데 이제는 낭만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무거운 미래 생각만 가득한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내 욕심을 어깨에 올리고 목표라는 명분하에 나를 조금 더 다그치면서 이대로 가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괜한 핀잔을 주고 자기비하하기 바쁘다. 왜 이렇게 멀어보일까. 왜 하나를 이뤄놓고도 나도 나에게는 행복 대신 더 큰 결핍이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내가 성취하고 성공했던 것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남이 성공하고 기뻐하는 것을 보고 괜히 부러워서 질투하기도 하고 난 저렇게 되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고 난 안될거야라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비관하고 낙담하기가 바쁘다."

"2022년 달력을 보면, 가끔 몇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나 좋았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내가 힘들었던 일과 내가 정말 좋았던 일.. 그리고 내가 재밌게 봤었던 영상들과 그리고 어릴 적에 순수했던 눈방울로 바라봤던 명작의 애니메이션들 또 그 동심이 가득한 얼굴에서 감동적인 장면들 보면서 흘렸던 포근한 눈물들, 삶이 팍팍한 것은 마찬가지여도 유쾌하게 넘기며 내 인생은 괜찮다며 신나는 노래와 함께 날려버렸던 근심들, 작은 것 하나에 일희일비하였지만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함과 그것 자체로서의 감정을 느낄 줄 알며 살았던 나날들.. 내성적이었던 중고등학생 시절이었지만 그리고 평범하기 짝이 없었던 그 학창시절이었지만 그 시간이 그리웠고 그리고 그 때 내가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감정들이 오늘 따라 유독 그리운 것은 왜인지 묻지 않아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리움이 더 해간다."

"솔직히 말하면, 좋았던 날들은 전부 왜 과거에 있고 나에겐 이제 그저그럴 거 같은 아니 오히려 잃을 게 더 많고 더 외로울 나날이 많을 거 같은 미래만이 존재할 거 같은 불안함이 있는걸까? 왜 항상 미래에는 희망 가득할 거라는 희망이 오히려 지나간 시간이 더욱 그리워지는 순간들로 바뀌었을까. 그것은 어쩌면 내가 도망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도망치고 싶다.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 깊숙이 스며들었나보다.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천천히 가고 싶다. 부탁인데, 제발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든다. 너무 빨리가서 내가 걷잡을 수 없기 때문에 이젠 못따라가겠다. 또 괜스레 시간 탓도 해보고 그리고 부족한 내 모습과 남들의 모습에서 현재를 비교하고 내 스스로에 대한 미래에 대한 신뢰가 깨져서 미래는 더 이상 희망적인 시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냥 두려웠다. 내가 실망하는 모습이.. 근데 따지고 보면 나는 항상 기대해왔던 대로 살아왔던 적도 없으면서 유난히 과하게 반응하는 걸까.."

"못해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도.. 어른이 되고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내가 나이값을 못한다고 느껴지고 또 과거의 나보다 못한 그런 사람이 되어도 나를 받아줄 수 있겠니? 잠시동안 힘내보려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해도 다시 풀이 죽고 두려움을 가득 안고 있는 미래의 나 조차도 과거가 되면 아름다워 질 수 있을까? 살다가 예전에 있었던 일들이 내 머릿속으로 살며시 스며들면.. 아름답고 좋았던 나의 추억들을 과거에 두고 온 거 같다. 마치 소중한 것들을 어딘가에 두고 영영 다시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야."

"좋았던 건지 현실성이 없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추억 속에 묻어뒀던 장래희망들과 다른 의미로 어려웠던 가정사로 하루하루가 막막했던 순간들과 어찌할 지 몰랐던 순수했던 그 짝사랑의 순간들 그리고 진짜로 나에게 찾아왔던 사랑과 마음이 안타까웠던 이별의 순간까지도.. 또 하루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군생활까지도 모든 것을 놓고 온 거 같다. 미래는 불안하고 과거는 그립다면 현재 내 모습은 그 사이에 낑겨서 무기력하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그러는 것도 좋지만 거기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남이 기준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만들어놓은 기준도 아닌 그냥 하다보니까, 그러려니 하면서 평온하게 살고 싶다. 행복의 기준이 기준이 아니라 언제든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되어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아니라 부담에 무뎌져서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미래가 불안하다면 그리고 과거가 그립다면 그 과거지향적인 내 생각을 받아들여서 사는 거다."

"내일의 나는 어제의 나에게 추억이란 선물을 주기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

"그래, 그거면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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