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지망생을 위한) 독백지문 - 사랑에 헤메이는 남자

 

 

 

"날 사랑하냐는 질문, 그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나는 사랑에 닿아본 적 없다. 이런 내가 다들 때 묻지 않아 좋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기엔 먼지가 쌓여버렸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가슴 찢길 정도로 아픈 추억이 되고 사랑이라는 단어 한마디가 누군가는 매순간이 설레일 정도로 설레이지만 나에게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공백인 채 남아있다. 사랑이라는 게 무엇일까? 저기 교복을 입은 아이들의 순수한 사랑일까. 무심한 듯 할머니를 챙겨주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사랑일까. 티격태격해도 둘 밖에 모르는 끈끈한 사랑일까."

 

"기다린다. 사랑을 언젠가는 내게 와줄 그 사랑을.. 기다렸다. 사랑을 내겐 올 줄 알고 기다렸다. 기다려야 할까? 미래의 그 사랑이 올 거라고 믿으며 기다려야 할까? 길거리에 뱉어놓은 연인들의 풋풋한 사랑향기를 마시며 나는 사랑은 없다고 스스로를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뒤로 한채 길을 걷는다. 마음은 나를 보챈다. 이제 그만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에겐 이뤄지지 않는다고, 감정은 이성적으로 변하게 되고 이성적이었던 나는 밤이 되면 채워지지 않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부르곤 한다."

 

"그 흔한 사랑, 그러나 누구에게나 흔하지 않았던 것일까? 사랑을 찾기위해 미칠듯이 노력했어야 했던 것일까. 노력해서 얻은 사랑은 인위적이지 않을까? 바보같은 생각으로 몇년을 흘러보내니 부러움으로 지냈던 내모습이 유독 안쓰러워졌다. 사랑으로 배우고 사랑으로 상처받고 사랑으로 성숙해진다는 말 나는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끝내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다."

 

"드라이브를 간다. 이런 나의 잡념을 없애버리고자 새벽이라는 시간을 무시한 채 바깥공기를 마시러 나갔다. 사랑을 다루는 노래를 틀고 오늘도 공감가지 않는 노랫말을 들으며 흥얼거린다. 그 감정.. 수없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정작 나는 그 이야기를 써내려가지 못했다는 게.. 내 인생을 헛살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런 감정을 바라며 살았던 나에겐 그 사실이.. 내 시간과 세월을 누군가의 남자로 살아오지 못했다는 것이.. 다시 되돌려서 메꾸고 싶을 정도로 후회된다."

 

"그 사랑.. 할 수 있게 소개를 시켜준 이들 하나도 없었다. 그 사랑.. 쟁취하기 위해 노력이 부족했던 나의 모습을 반성한다. 담배를 안피운지 2년이 넘어가지만 이런 아쉬움을 내 머릿속에서 피울 때마다 담배연기보다 쓴 감정이 내게 찾아온다. 사랑 못해도 잘 살아왔지만 사랑 하나에 울고 웃고 떠들고 함께 하고 싶다."

 

"사랑한다는 이유 단 하나로 이름도 몰랐던 누군가와 내 인생을 함께 걷고 싶다. 친구와는 다른 설레이면 설레고 사랑을 느끼면 온전히 그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내게 왔으면 좋겠다. 누구는 만남이 쉽고 누구는 이별이 지옥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텅빈 안을 나가서 사랑을 정면으로 부딪혀보고 싶다.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르는 사랑을 꿈꿔보며 나는 감정에 휩싸여 헤메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