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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지망생을 위한) 독백지문- "늙은 나를 위해 애써주는 젊은 너에게"

by 필사적으로산다 2023.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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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푹 박고 걸어가면서 한숨을 쉬는 너, 젊은 날의 내모습이다. 늙은 나의 삶을 신경써주느라 너의 허리는 휘어지고 청춘의 즐거움을 희생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도전하고 싶은 게 많은 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통장에 돈과 너의 꿈을 넣어둔다. 주름지고 힘이 약해진 나는 그런 너의 고생에 고마우면서도 동시에 안쓰럽다. 노인이 된 내가 쓸쓸히 비참한 노후를 겪지 않게 너는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고 나를 위해 살아왔다. 근데 돈은 있지만 간직했던 그 꿈들을 이룰 힘과 시간조차 남아있지 않다. 기억해줬으면 한다. 너는 너를 위해 좀 더 이기적이어도 된다. 그리고 이기적이었으면 한다. 너의 청춘, 우리가 숨쉬고 있는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

 

"나는 괜찮으니까, 너에게 실패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다. 늙어버린 내가 좀 더 고생하면 되니까. 너가 살고 있는 오늘이 좀 더 숨통이 트일 수 있으면 좋겠다. 막막함에 눈물이 나지만 다 큰 어른이기에 참는 너에게 늙은 내가 막막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 만약 늙어버린 내가 젊은 너를 위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너를 위해서 내가 온갖 굳은 일을 다할 수 있다면, 젊은이에게 청춘은 더 이상 사치가 아니었을텐데..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울 수 있을텐데..신은 우리에게 불을 지피는 법을 모를 때 가장 큰 선물을 주시고 그 선물이 축복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잔잔히 타들어가도록 만드셨나보다."

 

"나이가 들고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알았다. 열정이 있고 욕심대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젊었던 너만이 누릴 수 있던 특권이었다는 것을, 이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꾼다. 하루만이라도 너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치열하게 사느라 잊었던 모든 것에 감사함을 온 힘을 다해 느끼고 그 어렸던 하루의 공기를 마시며 아무 생각없이 황홀하고 싶다. 70년 넘게 잊었던 그 하루의 평범함이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꿈이 되는 것을 너는 알까? 너에게 가장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 그 순한 눈망울로 이리저리 갈팡질팡 고민하며 살아가는 너에게 가장 따뜻하면서도 엄격할 수 있는 그런 노련한 멘토가 되고 싶다."

 

"너의 하루는 어땠니? 나의 하루는 여전히 잔잔하고 점잖았어. 시간이 흐르는 것이 인생을 서서히 정리하라는 속삭임처럼 들려와. 너는 너의 인생을 어디에 두고 있니? 난 너가 선택하고 책임졌던 시간들의 총집합체야. 젊은 너에게 꾸짖거나 책임을 묻기 싫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 어떤 실수를 하든 그 어떤 실패를 해도 괜찮아. 그게 너의 최선이었다면, 그래도 돼. 다만 움추려들며 살지마. 지금 너가 살고 있는 그 시간들은 너의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소중하고 빛나는 시간이니까. 너의 몸이 가장 활기찰 때이고 너의 가족과 친구들이 가장 쌩쌩할 때이니까. 그 시간들을 좀 더 사랑하고 아껴준 기억들을 나에게 선물할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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