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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지망생을 위한 대본

(성우지망생을 위한) 독백지문 - "비오는 이런 날이면"

by 필사적으로산다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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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독 비가 꽤 내리는데, 우산을 펴고 산책하고 싶던 날인 거 같다. 오후 3시쯤의 밝지만 비가 차분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시계탑을 지나, 인적이 드문 이 번화가 거리를 걷는다. 이 거리는 나무라곤 찾아볼 순 없지만, 건물들 하나하나가 나를 추억을 젖게 하기엔 충분하다. 내 오른손에는 내가 좋아했던 달달한 초콜렛의 라떼가 쥐어져있고, 그리고 그걸 귀엽게 봐준 너가 떠오른다.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잠깐의 시간에 고민하다. 발걸음은 무거워졌고 머릿속은 복잡하진 않지만 추억에 잠겨있자고 뒤척인다. 너를 떠나보냈지만, 여전히 이 거리에 너를 그려보다가, 또 잠깐은 널 잃고 살아가야하는 내 모습에 두려워하다가, 그동안 예쁘게 사귀었던 지난 시간에 감사하면서 안도하다가, 발걸음을 힘겹게 옮겨본다.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때는 지난 시간보다 더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또 싸울 때 서로 삐진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저어보다가, 그럼에도 너가 그리워서 핸드폰을 볼까하다가 말았다."

 

"즐거우려고 나온 산책이 결국 너를 앓는 산책이 되고 말았지만, 찌질했던 나를 사랑해준 너가 고마워서 근데 붙잡을 용기조차 낼 수 없어서 바보인 나는 산책을 더 하지 않고 집에 가려고 한다. 우리 집엔 와본 적 없는 너니까. 집에 가면 네 생각이 덜 날까봐. 잊으려고 노력하기보단, 잊은 척 회피하려고 도망친 나를 알지만 오늘도 도망쳤다. 혹시나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조금이라도 더 니생각을 하면 돌아와줄거라는 헛된 희망을 하며 혼자서 살아가는 나지만,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너를 생각하면 축하조차 쿨하게 해주지 못할 거 같은 나지만, 그래도 나를 만났던 시간만큼은 행복했었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찌질한 내가 의외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너의 잔소리에 덜컥 화를 냈던 내 모습보다 그리고 찌질하게 너한테 자존심 빡빡 세웠던 찌질한 내모습보다 더 후회되는 건 네가 기댈 수 있게 멋진 남자라는 것을 한번도 못보여준 거 같아서 너무 후회가 된다. 나도 너가 기댈 수 있고 힘들 때 누구보다 듬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해봤으면, 맨날 유치하고 생각이 어린 거 같다고 말해준 너에게 한번이라도 성숙하고 어른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나였으면, 지금 아마도 우리 관계는 남이 아니라 가면 갈수록 깊어지고 진해지는 사이가 될 수 있었을까? 비는 갈수록 많이 내리는데 나의 후회는 씻겨내려갈 줄은 모르고 후회라는 단어 하나로는 모자랄 정도로 감정이 흐르기만 한다. 사랑했던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조차 할 수 없게 된 나는 여기에 서서 내 모습을 바라보지만 너를 잡을 수 조차 없어서, 누구에게도 이런 하소연을 할 수 없어서, 속이 타는 나를 눈 한번 딱 감고 다시 돌아와줬으면 좋겠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이라도 목놓아 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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